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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배트맨(The Batman, 2022) : 형사 느와르물로 재탄생한 진짜 배트맨

by 굿드로그 2022.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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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맷 리브스

출연: 로버트 패틴슨, 폴 다노, 조 크라비츠, 앤디 서키스, 콜린 파렐, 제프리 라이트

형사 느와르물로 재탄생한 새로운 배트맨

배트맨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기존 배트맨 영화가 너무도 많다는 점이다. 또한 감독과 설정마저 제각각이라서 일관성이나 제대로 된 세계관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 또한 단점이었다. 이는 기존의 DC 코믹스의 영화들이 가지는 단점이었다. 원래 마블 코믹스보다 훨씬 인기가 많았고, 영화로 흥행한 작품이 훨씬 많았던 DC코믹스 원작 캐릭터들은 지난 10년동안 마블영화들에게 철저하게 밀리며 제대로 된 세계관도 구축되지 않았고, 야심차게 시작되었던 저스티스 리그도 기대 이하의 성적과 혹평으로 아직도 제대로 날개를 펼치지 못한 상황이다. 그나마 가장 고평가를 받았던 부분은 영국의 천재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이 감독한 배트만 3부작 시리즈 였다. 특히 그 중에서도 2편격에 해당되는 <다크나이트>는 기존의 히어로물이 가지는 편견과 우수꽝스러운 내러티브를 모두 깨버리면서 히어로영화도 이토록 철학적이고 소름끼치도록 리얼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배트맨의 고뇌는 스크린 밖의 관객들에게도 생생하게 전달되었고, 배트맨의 숙적인 조커까지 히스레져의 미친 연기 덕분에 영화의 깊이와 무게감이 배가 되었으며 배트맨 영화를 넘어 완벽한 하나의 작품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문제는 놀란 감독의 배트맨 3부작 시리즈가 끝난 이후의 배트맨이다. 단독 영화가 아닌, 새로운 배우(벤 에플렉)로 교체되고, 다른 시리즈 영화(저스티스 리그,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등장하게 되는데 이전의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포스와 존재감은 전혀 사라지고,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던 배트맨의 모습만 남겨 졌다. 어떻게 보면 돈 많은 슈퍼 테크를 사용하지만 인간의 한계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 다른 히어로에 비해 존재감이 약한, 배트맨의 단점만 부각되는 느낌이었다. 이런 와중에 새로운 배트맨 단독 영화가 제작된다는 소식이 들려졌을 때, 대부분의 관객들의 기대감은 그다지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차세대 배트맨 역할로 꽃미남 배우로 분류되는 로버트 패티슨이 내정되었을 때 더더욱 우려가 커졌던 것도 사실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더 이상 배트맨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놀란 감독의 3부작의 그림자에 가리워져 더 나은 배트맨 영화가 나올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과 의문... 영화 더 배트맨의 개봉 전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구심과 회의적인 생각이 가득했고 나 또한 마찬가지 였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 영화를 감상한 후에 든 생각은, 새로운 영화는 기존의 배트맨과는 확실하게 차별되는 지점이 있었고, 새롭고 재미있고 묵직하고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이제서야 제대로 된 배트맨 영화가 나왔구나,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니, 놀란 감독의 배트맨이 있었는데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그렇다.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기존에 배트맨이라는 히어로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무조건 좋아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영화의 완성도나 연출, 그리고 설정과 내러티브가 정말 배트맨의 맞춤형이었고, 기존의 어떤 영화들보다도 원작의 배트맨에 충실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영화의 장르 자체가 기존 배트맨 영화와 차별되는 부분이 있다. 기존의 배트맨 영화는 실로 다양한 장르를 표방하였고, 팀 버튼이 감독한 배트맨은 흥행과 평가에서 모두 준수하였지만 원작의 배트맨과는 아예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영화였다. 이 후 나왔던 배트맨은 언급을 할 필요도 없이 소모적이고 짜임새 없는, 싸구려 SF 히어로 영화 장르로 느껴지는 영화들이었고, 그나마 놀란 감독의 배트맨은 스릴과 서스펜스를 동반한, 드라마적인 요소를 포함한 히어로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반면, <더 배트맨>은 철저하게 형사 느와르 장르를 표방한다. 영화의 내러티브 구성과 시작 자체가 원작과 같이 배트맨이 형사 입장에서 사건을 다루고 미스테리를 해결하며 범인을 잡는데 초점을 맞춘다. 이는 기존의 배트맨 영화와는 시작점이 아예 다르며 철저하게 사건과 그걸 밝히는 배트맨의 모습과 활약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배트맨이라는 히어로의 특징을 살리는데 훌륭한 역할을 해 주었다. 결국 배트맨의 슈퍼파워는 '지상 최고의 탐정'이라는 수식어처럼 부자고 아니고, 슈퍼 테크를 가진,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처럼 기술적인 면모를 뽑내는 히어로가 아닌 것이다. 그의 뛰어난 현장해석 능력과 추리 능력, 그리고 뛰어난 두뇌가 배트맨이 가진 매력과 장점인 것이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서 형사 느와르물로 표방한 점은 꽤나 영리한 설정이고 시작점이었다. 

 

 

배트맨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영화 속 배트맨은 확실한 지위와 파워를 가진 배트맨이 아니라 배트맨 활동을 시작한지 2년 남짓이 된 시점을 다룬다. 이 때의 배트맨은 약간의 어리숙함이 남아있고, 사람들에게 추앙 받는 배트맨의 모습이 아닌데 이는 배트맨이 여전히 불완전하고 자신의 역할을 여전히 고민 중임을 보여준다. 배트맨은 고담이라는 도시를 지키기 위해 배트맨으로 활동하면서 이용하려고 한 것이 바로 '공포'라는 감정인데 이를 통해 범죄를 억제 시킬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박쥐라는 상징과 어둠이라는 설정을 이용하여 활동한다. 영화는 내내 철저하게 밤만 보여주는데 어두운 밤과 그림자로 활동하는 배트맨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상당히 어두운 색감과 조명을 이용한다. 배트맨은 스스로를 '복수' 라고 부르는데 이는 범죄에 대한 복수이기도 하고, 잘못된 범죄 때문에 아버지를 여위에 된 개인적인 복수도 포함되어 있다. 그는 범죄에 대한 복수자로서 활동하는 배트맨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그림자처럼 어둠 속에서 활동하며 이러한 상징과 이미지를 통해 범죄자들에게 공포를 주려고 한다. 그러나 배트맨의 의도와는 달리 배트맨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범죄율을 그다지 줄지 않았고, 심지어 지하철의 어린 양아치들도 그를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여러 명의 쪽수에 잠시 밀리는 모습까지 보여지는데 꽤나 사실적이고 과장되지 않은 액션씬을 통해 배트맨이 가지는 어려움들이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그에게 호의적인 고든 경감을 제외하면 경찰들이 그에게 가지는 감정은 상당히 부정적이고 반감이 심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지난 2년여간의 시간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역 경찰들조차 그의 존재와 활동에 대해서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상황이며 심지어 무시하는 느낌마저 든다. 이는 공포를 통해 범죄를 억압하려는 배트맨의 의도와는 달리 대중에게 배트맨의 정체성이 잘 각인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이 영화에서 배트맨의 또 다른 자아인 '브루스 웨인'이라는 캐릭터는 철저하게 드러나지 않는데 범죄와 관련된 행사를 가기 위해 브루스 웨인이라는 신분을 이용하는 장면을 제외하면 영화 속에서 브루스 웨인이란 인물은 철저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배트맨이라는 캐릭터와 행동에만 초점이 맞춰 있어서 스스로의 행동과 정체성에 대해 여전히 고민 중인 배트맨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직 그를 믿어주는 사람은 고든 경감 정도이며 도우미로는 알프레드 집사 정도, 배트맨은 철저하게 고립되고 어두운 가운데 사건해결에만 초점을 맞추고 행동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배트맨의 정체성과 행동들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되는 과정을 밟게 되며 배트맨의 시선에 따라 사건을 바라보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 동참하게 된다. 따라서 몰입력이 생길 수 밖에 없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적었다. 

 

과장되지 않은 캐릭터들의 해석

<더 배트맨>에서는 상당히 다양한 빌런과 캐릭터가 등장하게 되는데 캣 우먼을 비롯하여 펭귄도 등장하고, 그 외에도 다양한 악당들이 크고 작은 역할로 등장하게 된다. 그런데 이 모든 캐릭터의 연기와 해석이 공통적으로 과장되지 않게 그려진다. 또한 배트맨의 사건 해결 과정에만 등장하는 정도로 그치고 있어서 히어로물 특유의 과장과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모두가 실제로 존재할 법한 인물들로 느껴지며 사건이 일어나는 과정 속에서 적절한 비중을 유지한다. 결국 모든 인물들의 등장과 퇴장은 배트맨의 사건이 중심으로 있는 가운데 각자의 역할만 하고 빠지는 느낌이다. 인물 중심이 아니라 내러티브와 사건을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과한 부분이 전혀 없었다. 물론 연쇄살인을 계획하고 저지르는 메인 빌런인 '리들리'는 상당한 비중을 자랑하지만 이 역시 배트맨이라는 인물이 사건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바라보는 범인의 느낌으로 등장하게 된다. 이후에 정체가 밝혀지고 리들리가 배트맨을 적이 아닌, 친구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 또한 매우 흥미롭다. 짧게 등장하는 숙적 조커의 임팩트도 짧고 굵은 가운데 자연스로운 배치였다는 생각이 든다. 억지스럽지 않은 캣 우먼과의 관계성도 아쉽기는 하지만 과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영화는 철저하게 배트맨이라는 인물과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는 느낌이고, 이는 꽤나 영리한 구성과 설정이었던 것 같다. 

 

다음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궁금해지는 배트맨 시리즈

영화를 마치고 나면 배트맨이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고 새로운 존재로 성장해 나가기 시작했다는 느낌이 든다. 영화 초반부의 배트맨은 자신을 스스로 '복수자'라고 표현하지만 후반부에 가서는 악당들도 스스로를 한 명의 '복수자'로 표현하면서 결국 자신만의 정의가 다를 경우 복수자는 어떤 식으로든 존재할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 무슨 말이냐면 배트맨은 악인들을 범죄를 저지르고 도시를 황폐하기 만들기 때문에 복수해야할 대상으로 삼았지만, 악당을 입장에서는 자신을 무시하고 방치한 사회의 고위층이 또 다른 복수의 대상들이 되는 것이다. 즉, 복수자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서 자신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배트맨은 복수자가 아니라, 희망의 존재가 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밤이 어둡고 깊고, 아무리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존재, 그게 배트맨이 되어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이제 기존의 시장이 살해되고 새롭고 젊은 시장이 선출되었으며 배트맨은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였지만 아직 더 많은 사건들이 남아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영화 결말을 보고 나면 다음 사건을 해결하려는 배트맨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그래서 벌써부터 후속편이 기다려지게 된다. 배트맨은 어떻게 성장해 나갈까? 어떠한 사건들이 배트맨을 기다리고 있을까? 등등 다양한 기대감이 솟아나는 느낌이었다. 

 

그렇다, 진정한 배트맨 시리즈는 이제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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