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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 얼굴로 모든 걸 알 수 있었던 사람

by 굿드로그 2022.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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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관상 줄거리 

여기 천재 관상가라 불리는 한 사람이 있다. 그의 이름은 내경. 마치 안을 볼 수 있다라는 뜻으로 지어진 것 같은 그의 이름처럼 그는 사람의 얼굴만 보면 모든 걸 알 수 있는 아주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비천한 신분과 가난 때문에 그저 시골 한 구석에 처남인 팽헌과 아들, 이렇게 셋이서 겨우 빌어먹고 있는 신세이다. 하나 뿐인 아들 진형은 일찍이 학문에 뜻을 두어 과거를 본 후에 입신양명의 꿈을 꾸지만 아들의 관상을 알고 있는 아버지 내경을 극구 말린다. 왜냐하면 과거를 봐서 출세를 하면 죽게될 운명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뜻을 굽히지 않는 진형은 아버지와 삼촌이 잠든 사이 출가를 결심하고 떠나게 되고, 이를 눈치 챈 삼촌 팽헌은 오히려 그의 앞날을 축복해 주며 앞을 막지 않는다. 

 

이렇게 살면 뭐가 있겠냐, 라는 생각에 기생 연홍의 제안에 따라 한양으로 올라가게 된 내경은 노잣돈이라도 벌자는 심경으로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관상을 봐 준다. 그런데 내경의 관상 실력 때문에 사람들이 관상을 보려고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유명세를 타게 되고, 이 소문이 궁궐까지 닿게 된다. 내경은 김종서 장군으로부터 사헌부를 도와 인재 등용의 명을 받게 되고, 김종서로부터 호랑이 기운을 느낀 그는 김종서 장군을 따르게 된다. 한편, 궁궐에는 어린 나이에 왕이 된데다가 자신을 보살펴 줄 든든한 세력도 없는 단종이 왕위에 오르게  되는데 김종서는 어린 왕을 보좌하면서 왕위를 노리는 단종의 삼촌인 수양대군을 견제하기 위해 노력한다. 

 

김종서의 뜻에 따라 수양대군이 왕이 되는 걸 막기 위해 기생 연홍과 연합하여 단종이 수양대군을 멀리하도록 만드는 것까지는 성공하지만 오히려 이를 계기로 수양대군의 오른팔이며 참모격인 한명회의 눈에 들게 되어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한명회는 정계에 진출해 있는 내경의 아들 진형을 이용하여 음모를 꾸미고, 첩자를 통해 진형의 눈에 염산을 부어 눈을 멀게 만든다. 마치 이것이 김종서 장군의 행위처럼 꾸민 한명회의 계략에 성격 급한 팽헌은 김종서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수양대군에게 달려가 내경과 김종서가 계획하던 거사를 낱낱이 고발한다. 

 

모든 사태가 벌어진 후에 사건의 전말을 깨달은 내경은 어떻게든 수양대군이 왕이 되려는 것은 막아보려 하였으나 역부족이었고, 오히려 자신의 아들인 진형의 목숨마저 위험한 상황으로 치닿는다. 결국 수양대군은 왕이 되려는 속셈을 드러내고 김종서와 김종서를 추종하는 모든 궁궐인들을 죽이면서 스스로 왕위에 오르려고 한다. 자신의 아들만이라도 살리려고 노력하던 내경은 결국 수양대군의 화살에 맞고 잔인하게 죽임을 당한다. 관상 실력만 믿고 설치고 다니다가 아들마저 죽게 만들고 김종서 장군도 죽게 만들었다는 자책에 내경은 다시 시골로 돌아가 칩거하게 되고,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조카의 목숨을 잃게 만들었다는 자책 때문인지 팽헌은 스스로 목을 긋고 영원히 목소리를 잃고 만다. 칩거 중인 내경을 찾아온 한명회에게 마지막으로 그의 관상에 대해서 말한 내경, 내경의 관상풀이는 상당히 좋지 않은 죽음을 예언하고 있었는데 한명회는 그의 말대로 자신이 죽을까 한평생 두려워하며 살다가 삶의 막을 내린다. 그리고 죽은 후에 정확히 내경의 예언대로 비극적인 일을 맞이하게 된다. 

 

 

2. 인상 깊었던 장면, 영화 속 기억남는 장면들

영화 초반부에 관상을 잘 보는 사람이라는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된 에피소드가 가벼우면서도 쉽게 와닿았던 것 같다. 금술 좋은 부부 중 한명이 죽게 된 원인을 찾아주는 장면이라던지, 사람들의 소소한 문제거리를 관상을 통해 해결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내경의 관상가적 기질과 설명을 영화 내에서 한번도 틀린 적이 없는데, 실제로 영화 속에서 수양대군의 관상을 잘못 보는 바람에 김종서 장군에게 치명타가 가해지게 되지만 이는 관상을 틀린 것이 아니라 내경의 능력을 알고 미리 수를 써 전혀 다른 인물을 수양대군인 척 연기한 한명회의 계략 덕분인 것이지, 내경의 관상 해석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또한 자신의 처남이었던 팽헌과 아들의 관상까지 정확히 들어맞았으며 한명회의 죽음까지도 정확하게 내다 본 내경은 그의 이름처럼 속을 들여다볼 정도로 대단한 관상가였다. 

 

또한 영화 속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캐릭터들을 명배우들이 열연하면서 연기력이 비는 곳이 없는 영화인 것도 특징이었는데, 하물며 상대적으로 작은 역할로 보이는 내경의 아들 역인 진형 역할을 당시 대세배우였던 이종석이 맡으면서 정해진 미래를 부정하고 스스로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려는 대쪽 같은 성품을 가진 진형이라는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내경의 예언대로 미래는 흘러가게 되지만 그럼에도 스스로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노력을 통해 바꿔보려고 한 그의 의지는 진형이라는 올곧은 캐릭터의 일관성에 어울려 보였다. 

 

내경의 처남으로 등장하는 팽헌 또한 가벼우면서도 독특한 캐릭터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조정석이 그 역할을 맡으면서 송강호라는 대배우 옆에서도 밀리지 않으면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는 모습이었다. 웃길 때는 확실히 웃겨주고, 약간 모자라면서도 불 같은 그의 성격 때문에 영화의 스토리가 완성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2000년대 가장 인상적인 등장씬으로 손 꼽히는 수양대군 등장씬을 제대로 연기한, 수양대군 역할의 이정재님 이었다. 물론 지금 오징어게임으로 세계적인 배우가 되었지만, 이 영화 속에서도 존재감 하나는 끝장이었다. 심지어 제대로 등장하는 시간도 얼마 안되는데 말이다. 실제 정사와 비슷했냐, 아니냐를 떠나서 영화 속 캐릭터적으로 볼 때 이보다 더 섹시하고 충격적인 비주얼의 수양대군이 있었나 싶다. 해석과 캐릭터를 소화하는 능력이 정말 돋보였다. 그의 연기와 해석 덕분에 관상이라는 영화의 깊이가 더 깊어질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3. 총평

역학이라는 소재로 이렇게 깊은 통찰력을 보이는 영화는 없었던 것 같다. 관상이라는 소재 자체에 매몰되지 않고, 영화적으로도, 미장센적으로, 연기, 음악, 연출 모든 부분에서 빼어남을 자랑하는 영화였다. 마지막 엔딩 타이틀이 올라가고 영화의 음악이 들려올 때 느꼈던 먹먹한 감정과 느낌은 한국영화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그런 느낌이었다. 실제로 900만이 넘는 많은 관객을 동원하면서 흥행적으로도 성공한 영화이지만 단순히 흥행을 넘어서 작품적으로 볼 때도 빈 곳이 느껴지지 않는 완벽한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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